기업들은 매월, 분기, 반기, 연간 결산을 합니다. 직전년도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법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이 뿐만은 아닙니다. 기업의 재무자료들은 기업의 역사이고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라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직장에 메인 몸이기는 하나 저 스스로를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합니다. 입사한 이후로 꾸준히 가계부를 썼습니다. 저 역시 매월, 분기, 반기, 연간 결산을 합니다. 저에게도 가계부는 소중한 역사자료 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가 가계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가계부를 돌아볼 때 마다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가계부를 돌아보고 분석해서 새로운 재무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 가계부만큼 좋은 도구도 없습니다.
2013년의 가계부를 돌아보고 2014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지난 한 주간 가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근로소득의 비율 97%
정기예금에서 나오는 이자소득, 몇 번의 강의와 중고 골프채 등을 팔아서 생긴 기타소득을 제외하면 근로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7%입니다. 친구들에 비해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생활자체가 불가능해 집니다. 그래서 올해는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나가는 것을 방법을 많이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볼 수 도 있고,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서 자본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가진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새로운 소득원천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후자를 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은 머릿 속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삶'이었습니다. 이제 그것들을 '쏟아내는 삶'에 초첨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즐겁게 해 볼 생각입니다.
연기가 되어 사라진 120여 만원
지난 한 해, 495갑의 담배를 피웠습니다. 정확히 1,237,500원입니다. 사람들이 "담배 얼마나 펴요?"라고 물으면 "하루 반갑 정도요"라고 대답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달랐습니다. 하루에 2,500원 쓰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이렇게 달랐습니다. '실제모습을 기록하고 돌아보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또한 가계부가 주는 이점입니다. 올해는 흡연량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신에 그 남은 돈을 내가아닌 남을 위해 써 볼 생각입니다.
6만원의 기부금
기부금으로 딱 6만원을 썼습니다. 사실 제가 6만원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급여공제하는 이웃성금으로 매월 5,000원씩 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데 120만원을 넘게 쓰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거기에 5%도 안되는 금액을 쓴다는 것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먹고 있던 찰나에 평소에 흘려버렸던 유니세프 TV켐페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달에 3만원씩 1년이면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35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성기의 멘트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바로 유니세프 정기후원 페이지에서 후원신청했습니다. 환영문자가 날아오네요. 오늘은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계부를 쓴다는 것.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화생명의 "따뜻한 잔소리" 광고처럼 "지금 바로, 가계부를 쓰세요" <사진: Horia Var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