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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야기/Columns

잘 나가는 임원들은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받을까?

 

최근에 읽은 두 개의 칼럼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아일보 소비자경제부 김용석 차장의 '사장님 월급, 얼마면 됩니까'와 에세이스트라는 필명으로 김준이라는 회사원이 조선비즈에 기고한 '엑셀의 '엑'字도 모르는 J과장… 후배가 만든 보고서로 부장 총애 독차지' 입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임원은 연봉을 공개해야 합니다.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끝나는 3월 말이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등기임원의 인원수와 총보수액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등기임원 연봉은 일반직원에 비해서 얼마나 많을까?

100대 기업 등기임원, 직원에 비해 평균 17.5배 많아

한국경제매거진에서 공개한 '2013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 총괄순위표'를 기초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각 기업의 임직원 평균급여와 매출액을 조사했습니다. 이 중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거나, 평균급여를 확인 할 수 없는 기업 19곳을 제외한 8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2년 사업보고서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원본 데이터를 첨부합니다.

평균급여_100대 기업_전자공시시스템.xlsx

 

임원의 평균 급여는 11억4천만원, 직원의 평균급여는 6천5백만원으로 차이는 10억7천만원이고 17.5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이가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51억원 가장 작은 기업은 한국지역난방공사로 8천6백만원입니다. 또한, 연봉 배수의 차이가 가장 큰 기업 역시 삼성전자로 임원이 직원에 차이가 무려 74.62배 달하지만, 가장 작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2.26배에 불과합니다.

임원과 직원, 하는 일이 달라

도입부에 말씀드린 J과장 기사를 보고 과장의 일과 사원의 일은 분명 다른 법인데, 필자는 그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J과장을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동일한 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하는 일도 달라집니다. 연봉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과장이 해야할 최우선 업무는 '기획'입니다. 업무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후배들에게 그 방향을 설명하고 그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일의 중요도는 '일하는 시간'만으로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임원은 조직운영과 관련한 전략을 수립하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은 엄청난 성과급으로 돌아오고, 그릇된 판단은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 집중이 몰락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쓴소리도 있지만 경영진의 올바른 의사결정이 지금의 성과를 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반면, 문어발식 확장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인한 최근 웅진그룹과 동양사태는 의사결정자의 그릇된 판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즐겁게 최선을 다해야

사회 초년병 시절의 저 역시 일은 내가 다하는 데 고과는 윗사람이 다가져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연일 계속 되는 야근에 짜증을 부렸던 적도 많습니다. 생각이 짧았던 것입니다. 어느 고참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네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라.

네가 만든 자료가 위로 올라가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지금 밤새고 만든 그 자료가 올바른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밤새워 일 할 가치가 있다."

한 동안 그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조금씩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거란 희망으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다."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 올라갈 때 까지 한 계단, 한 계단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일을 즐겁게하며 보내야겠습니다.

<사진: Samsung Tomo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