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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이야기/Columns

분석, 어떻게 할 것인가? - (3) 가설 설정하기

"Diagram of the causes of mortality in the army in the East" by Florence Nightingale. -wikipedia


네이버에서 '데이터 과학자' 를 한 번 검색해 보세요. 어떤 사람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구글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이자 UC버클리의 교수인 할 배리언(Hal Varian, 1947~ )같은 사람이 나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식백과항목에 우리가 알고 있는 어느 간호사의 초상이 나옵니다. 바로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 ~ 1910)입니다.



나이팅게일은 1854년 크림전쟁의 참상에 자극되어 자원봉사자 38명과 함께 터키로 갔습니다. 그해 겨울 환자의 사망률은 43%에 달했습니다. 당시는 질병의 원인균이 발견되기 전이었고, 현대의 간호학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참고할 자료가 전무했습니다. 그녀는 사망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전장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 아니라 병원의 더러운 위생상태, 악취, 지저분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병실을 청소하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세탁실을 만들고 입원, 치료, 질병, 사망 원인 등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도착하고 6개월이 지나자 환자의 사망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이렇게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결론을 내리고 분석해 나가는 것을 가설 사고라고 부릅니다. 가설사고를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가설 설정하고 스토리라인 구성하기

문제를 정의하고 배경지식을 습득했다면 이제 할 일은 가설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시점에 내린 결론을 가지고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주 '장성택 사형집행'이 온 포털사이트 메인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로 인해 향후 동북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날 바로 몇 가지 찌라시가 돌았습니다. '장성택 사형집행 리설주와 관련있다. 장성택 측근들은 이미 북한을 빠져나와 망명을 요청하고 있고 일부는 간첩명단, 비자금, 군사무기 현황 등 초레어급 블랙노트를 가지고 있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습니다.


뉴스에 나온 내용과 기존에 지식들을 조합해서 이런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김정은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구성해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다. 나라가 유지 되려면 국민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은 16세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이 83%에 이른다. (한국은 2013년 11월 기준 62.1%)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는 800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년간 90만원 남짓한 돈을 생산해 낸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생활은 호화롭기 그지없다. 불법적인 마약과 무기거래가 그 자금원천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인민생활 파국에 대한 책임을 장성택에게 덮어씌웠다. 그 결과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떠났다. 아버지와 같은 철권통치로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철권통치는 현재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점점 지지기반이 점차 약해질 것이다. 그 화살은 김정은 자신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정답 없는 시대', 가설 설정의 중요성

우리는 '정답 없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정답 없는 시대에도 해답은 존재합니다. 가설을 설정하고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연습은 해답을 찾기 위한 유용한 방법입니다. 가설사고를 사용하면 시간이 단축됩니다. 3개월 정도되는 프로젝트의 해답은 보통 2주 안에 도출되며 초기가설이 실제 80%정도는 최종적인 해답이 됩니다. 직관력도 올라갑니다. 거시적인 안목이 향상됩니다. 자료가 불충분한 상태에서도 스토리라인을 통해 전체를 구성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면 됩니다.


가설사고능력 향상시키기

이러한 가설사고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반복적인 훈련이 중요합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결론이 뭐지?(So what?)', '왜 그런데?(Why so?)'라는 두가지 핵심질문을 가지고 계속 파고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가설이 깨질 수도 있다'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경험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